페라리의 첫 SUV
이탈리아 정통 슈퍼카 메이커인 페라리에서 첫 SUV가 출시되었습니다. 이름은 Purosangue로 한글로 발음하면 프로산게 또는 프로산궤 로 다소 발음하기가 애매합니다. 그래서 편의상 프로산게라고 칭하겠습니다. 프로산게의 출시는 라이벌인 람보르기니의 우르스 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역시 페라리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높은 완성도와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아주 오래전 정통 스포츠카 메이커였던 포르셰가 SUV를 만든다고 했을 때 대중들의 비난은 실로 엄청났었습니다. 하지만 카이엔의 대 성공은 경영난을 겪던 포르셰에게 자본력의 발판이 되어주었고 현재의 포르셰는 엄청난 기술력을 앞세워 '외계인을 고문해 만든 자동차 메이커'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치켜보고 깨달음을 얻은 고급 자동차 메이커들이 SUV시장에 뛰어들면서 다양한 고급 SUV들이 출시되었고 세계적으로도 자동차 판매량 중 SUV가 강세를 보이며 SUV의 시장이 대폭 커졌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출시한 페라리 프로산게는 후발 주자임에도 혹은 후발 주자라서 대중들에게 자신의 인상을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칼을 갈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로산게의 디자인
외관 디자인은 보통 SUV와는 다르게 아주 날렵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SUV가 아닌 조금 큰 스포츠카를 보는 듯합니다. 프로산게를 아직 실물로 보지는 못했지만 사진상의로 첫 느낌은 개인적으로 에스턴마틴의 DBX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페라리 FF의 모습이 더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테슬라 모델 Y가 모델 3을 쭈욱 늘려놓은 모습처럼 페라리 FF를 쭈욱 늘려 프로산게의 라인을 만들고 전면과 후면을 페라리 로마의 형태를 가져와 고성능 SUV에 걸맞게 디자인한 듯합니다. 전면의 범퍼와 그릴만 봐도 전혀 얌전해 보이지 않고 공격적이라 차를 모르는 사람들도 '이차 엄청난 차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포스가 넘칩니다. 약간 눈에 띄는 점은 후면에 리어 와이퍼가 없다는 점인데 디자인을 위해서 과감히 삭제하고 아이오닉 5에서 볼 수 있는 주행풍을 통해 물기를 제거하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고도 1589mm로 SUV라고 하기엔 아주 낮은 높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페라리에서 만든 첫 4 도어 SUV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성은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입니다. 전체적인 크기는 수치상으로는 콤팩트해 보이지만 공도에서 보면 포스가 상당할 듯합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보통 자동차와는 다르게 운전석과 조수석이 데칼코마니처럼 같은 모양을 가지고 10.2인치 디스플레이가 양쪽에 들어가 있습니다. 페라리의 플래그쉽 모델인 812슈퍼패스트에서 볼 수 있었던 조수석 전면에 디스플레이를 넣어 RPM과 속도를 보여주는 옵션이 있었는데 프로산게도 마찬가지로 조수석에 디스플레이가 들어갔지만 크기와 표시된 화면을 보았을 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어 레버는 로마에 들어간 방식과 같고 센터펜시아의 공조기 조절 버튼은 심플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영상을 보면 가운데 원형 레버가 숨어있다가 위로 솟아나 그걸로 조작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프로산게에는 내비게이션이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추후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 궁금합니다. 좌석은 4인승으로 4 좌석 모두 버킷 시트가 달려 있습니다. 보기에도 몸에 촥 감기는 느낌이 드는 게 아주 편해 보입니다. 그리고 프로산게는 고급차에 걸맞게 수어사이드 도어를 장착했는데 닫혀있는 모습을 보면 아주 매끈하게 라인이 이어져 있는 게 멋뿐만 아니라 공기 저항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예상해 봅니다.
프로산게의 성능
프로산게의 놀라운 점은 페라리의 첫 SUV라는 타이틀을 달아서 인지 자연흡기 V12 6,500cc 엔진을 가지고 있습니다(수치 상으로도 입이 떡 벌어집니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기차로 점점 넘어가는 와중에 페라리는 원초적인 성능을 더 중요시하게 생각했나 봅니다. 이 수치만 봐도 라이벌이라고 예상되는 람보르기니 우르스를 한 등급 아래로 만들어 버리는 듯합니다. 이 엔진은 725마력 73 토크를 뿜어내고 제로백 3.3초 제로 이백은 10.6초를 주파합니다. 중량은 2,033kg으로 적당한 무게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션은 8단 DCT를 장착했습니다. 경쟁차종으로는 포르셰 카이엔 터보 GT, 에스턴마틴 DBX, 람보르기니 우르스가 있지만 출시 후 서로 간의 경쟁이 아주 흥미로워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가격은 40만 달러로 한화로 환산하면 약 5억 5,600만원으로 책정이 됩니다. 옵션 추가하면 그 이상의 견적이 나올 듯싶지만 돈만 있다고 살 수 있는 차가 아니고 국내에 배정받은 수량이 한정되어 있어 국내 페라리의 선택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페라리도 결국 sp90 모델 처럼 점점 전동화 모델이 늘어날 테지만 페라리의 명성에 걸맞게 V12 자연흡기 엔진을 가진 자동차가 출시된 것이 개인적으로 매우 반가웠습니다. 사지는 못해도 한 번이라고 구경해보고 싶은 심정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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